백두산의 전설(33)

 

관일폭포

백두산의 수문소에서 소천지 뒷산을 타고 7리가량 올라가면 자그마한 벌판이 있고  벌판 가운데는 만두처럼 둥글넙적하게 생긴 만두산이 있다. 만두산에서 관일봉  골짜기를 따라서 올라가면 두줄기로 쏟아져내리는 쌍가닥 폭포가 눈앞에 나타난다.

이 쌍가닥 폭포가 관일봉에서 생겨난데는 구수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먼먼 옛날, 만두산 둘레에는 드넓은 초원이 있었다. 초원의 풀은 유난히  푸르싱싱하고 초원의 물은 특별히 시원하였고 초원둘레의 수림은 특별히 푸르렀고  초원의 기후는 한없이 따사로와 노루와 사슴들이 살기 좋은 고장이었다.

백두산의 사슴들과 노루들은 봄이 오면 이곳으로 모여들곤 하였다. 그들은  아침저녁으로 이 초원의 이슬맺힌 풀을 배불리 뜯어먹었고 한낮이면 수림 속에  들어가 낮잠도 자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노루와 사슴들은 대판싸움을 벌렸다. 실은 대단한 일이  아니었건만 쌍방은 서로 지려 하지 않고 물고 뜯고 차면서 싸울수록 기승을 부렸다. 싸움에서 적지 않은 노루와 사슴들이 상처를 입었다. 그들은 눈에  쌍불을 켜고 서로 대방을 헐뜯었고 두령은 동료들을 그냥 싸움에 내몰았다. 

아름답고 오붓하여 살기좋던 초원이 황폐해지자 백두신령이 사슴과 노루의 두령을  불렀다.
"너희들이 어이하여 그토록 싸우는고?"
노루두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네 노루꼬마와 사슴네 꼬마가 함께 풀을 뜯어먹다가 우리네 노루꼬마가 먼저 불로초를 발견하였사옵니다. 그래서 그것을 뜯어먹으려고 갔는데 꼬마사슴이 우리네 노루꼬마의 입을 뒷발로 차놓아서 피를 터지웠사옵니다. 우리네 노루꼬마는  밸이 나서 꼬마사슴을 떠받았사옵니다. 둘이 결사전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네 노루들이 가서 말렸는데 사슴들이 무리를 쓸어와서(=무리지어 와서) 싸움을 걸었사옵니다."
"아니오이다. 노루두령이 거짓말을 하나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사슴두령은 너무도 억울하여 풀풀 뛰다가 노루두령의 말을 가로챘다.
"사슴두령, 잠간만."하고 백두신령은 사슴두령을 눌러놓고 노루두령을 가리키며
"그래서 싸운단 말이냐?"
"예이!"
"좋다. 이번엔 사슴두령이 말해보아라."
"예이!" 사슴두령은 백두신령한테 절을 올리고나서 말하였다.
"불로초를 먼저 본 것은 우리네 사슴꼬마였나이다. 우리네 사슴꼬마는 그것이 신기하여 선자리에서 보았는데 꼬마노루가 달려와서 우리네 사슴꼬마를  떠받았나이다. 우리네 동료들은 이웃끼리 싸울 게 뭔가 하고 말리려 하였는데  저것들이 대판싸움을 벌렸나이다."
"허허허..." 백두신령은 통쾌하게 웃고 나서 두 두령을 바라보았다.
모두 푸르뎅뎅한 몰골로 대방을 흘려보면서 쓴 입만 다시었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제각기 제 부하들을 모아놓고 누가 틀렸는가를 다시 의논하여라. 너희들 모두가 깨달을 때까지 물을 주지 않겠노라."
사슴두령과 노루두령은 서로 변명하려고 하였으나 백두신령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들을 궁궐에서 나가라고 손짓하였다. 사슴두령과 노루두령은 울며 겨자먹기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돌아와서 제 무리끼리 모임을 가졌다.

이튿날 그들은 또다시 백두신령을 찾아갔다.
"의논하여 보았느냐?"
"예이!"
"그럼 사슴두령부터 말해보아라."
"예이, 싸움이 난 것은 그 꼬마노루 때문이었나이다."
"노루네 토론은 어찌됐느냐?"
"예이! 싸움은 꼬마사슴 때문이었사옵니다."
"아직도 더 고생해보아야 할까부다. 이제부터 석달열흘 동안 관일봉에 와서  하나님께 사죄하면서 자기의 그릇됨을 찾거라."

이튿날부터 두 두령은 관일봉에 가서 하나님께 사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관일봉으로 올라가는데 가파른 벼랑이 앞길을  막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갈라져서 자기 가고싶은 길을 찾았다. 하나는 오른쪽으로 하나는 왼쪽으로 톺아올라갔다. 
이렇게 석달 아흐레를 다니니 한쪽에는 노루가 다니는 길이 생기고 다른쪽에는  사슴이 다니는 길이 생겼다.

하루를 채우지 못한 그날 백두신령은  관일봉 마루에서 그들을 기다렸다. 그들이 하나님께 잘못을 빌자 백두신령이 나타났다.
"그래 아직도 싸운 것이 죄다 상대방 때문이냐?" 
사슴두령이 먼저 말하였다.
"그럴 수 없나이다. 누가 먼저 말썽을 일으켰든간에 서로 참으면서 이해하여 주었더라면 될 걸 가지고 그랬나이다. 우리는 도량이 넓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있나이다."
사슴두령의 말에 노루두령은 제꺽 말을 했다.
"사슴두령의 말씀이 지당하옵니다. 애들의 싸움을 가지고 무슨 큰 시비가 있어서 난리를 벌리기까지 하겠사옵니까? 죄는 우리가 졌으니 널리 용서해주시옵기를  바라옵니다."
두 두령은 서로 마주보며
"우리 사슴네가 잘못했네."
"우리 노루네가 잘못했네."
하고 자기비판을 하였다.
백두신령은 "하하하..."하고 통쾌하게 웃었다.
"옳으이, 작은 일을 가지고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 턱이 있느냐? 이웃끼리 서로 양해하고 돌봐준다면 큰일도 작은 일로 되고 작은 일은 또 스스로 이해되어  없어지겠으니 영원히 화목할 것이다. 내일은 석달 열흘이 차는 날이라 내일까지 하나님께 사과하면 영원히 형제처럼 살 것이고 물도 풀도 모두가 충족할 것이로다!"
두 두령은 백두신령의 앞에서 다시는 다투지 않겠노라고 맹세하였다.

이튿날 노루두령과 사슴두령이 관일봉에 갔다 오니 그들이 다닌 길로 맑은 물이  출렁이며 흘러내렸다. 바위벼랑에 닿은 물은 두줄기로 갈라지여 폭포를  이루었다. 발통이 작은 노루두령이 다니던 벼랑길에는 작은 폭포가 생겼고  발통이 큰 사슴이 다니던 벼랑길에는 그보다 더 큰 폭포가 생겼다.

그때, 노루두령과 사슴두령이 다닌 벼랑길에 생긴 쌍가닥 폭포가 관일봉에  있다 하여 관일폭포라 부르고 있다.

 -여중선으로부터 안도현 복흥에서 80년 6월  리천록,최룡관(연변) 수집-